노스님 한 분 석가와 같은 날로 입적 잡아
놓고
그날 아침저녁 공양 잘 하시고
절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놓으시고
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고무줄 하나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리듯
훌쩍 떨어져 내린 못난 땡감 하나
뭇 새들이 그냥 지나가도록 그 땡감 떫고
떫어
참 다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간 배고픈 새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고 땡감은 생각하고
노스님을 떨구어낸 감나무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를 켜기 시작하
고
최영철(1956 - ‘)통도사 땡감 하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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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감’이‘ 땡중’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노스님의 입적을 떫고 떫은 땡감하나 떨어진 것과 동일시하니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너무 떫어서 새들로 하여금 헛물만 켜게 만든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땡감이야말로 스님도 보통 스님이 아니시다. 문턱 하나 넘어가는 것처럼, 죽음이란 무거운 화두를 훌훌 벗어나는 부처한 분을 본다.
김동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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