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개가 다섯 마리의 강아지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강아지들 몸이 제법 굵다 젖이 마를 때이다 그러나 서서 젖을 물리고 있다 마른 젖을 물리고 …
[2009-08-25]감기에 걸린 아들 곁에서 아들 손을 꼭 잡고 자다가 잠결에 보니 어느새 아들이 나를 꼭 껴안고 자는 것이 아닌가 여덟 살 아들의 뜨겁고, 가픈 심장 박동…
[2009-08-20]소파가 꽃을 피우려는지 인조 가죽이 여러 갈래로 튼다. 갈라진 틈새로 노란 스펀지가 올라온다. 의자는 몇 해 전에 이미 꽃을 피웠다. 굵고 탄력 있는 스프링 꽃대가 아…
[2009-08-18]잔물결도 패거릴 지어 몰려다니면 죽음의 커다란 입이 되지요 번쩍이는 죽음의 이빨들이 되지요 석삼년에 한 번쯤 人肉을 삼키던 이 저수지는 백 년간 서너 차례 바닥을 드러냈습…
[2009-08-13]잠결에 듣는, 오랜 외출에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도마소리 지상에서 듣는 마지막 소리여도 좋을, 파릇파릇 도마를 건너가는 칼날의 탭 댄스 짧게, 짧게, …
[2009-08-11]이 산중식당에서는 직접 토종닭을 키운다. 좁은 닭장 구석구석 내몰리던 닭들, 다시 모이통 앞으로 쇄도하기 전 일제히 목을 뽑아 흔들어대던 대가리, 닭대가리들이 금세…
[2009-08-06]살구꽃이 졌다 떨어진 꽃잎은 잊혀졌지만 꽃이 있던 자리는 점점 자라서 아이 울음만큼 자라서 직박구리가 목이 쉬어 떠났다, 가서는 다시 오지 않았다 새가 앉았다…
[2009-08-04]우리는 서로 등을 밀어주었다 닿지 않는 등허리 한복판만큼 쉬 벗겨지지 않는 내밀한 허물 거기서 우리는 뒤틀린 등짝과 엉덩이와 언뜻 거울에 비치는 까칠한 턱을 보…
[2009-07-30]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꽃이 피고 소낙비가 오고 낙엽이 흩어지고 함박눈이 내렸네 발자국이 발자국에 닿으면 어제 낯선 사람도 오늘은 낯익은 사람이 되네 오래 써…
[2009-07-28]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
[2009-07-23]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의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
[2009-07-21]장마구름이 머릴 풀어헤치고 내려온다 그 발자국 소리에 놀란 개 짖는 소리 들리어 온다 길 하나 갉아 먹고 또 다른 산길 하나 꼴까닥 삼킨다 온 마을을 성큼 베어먹기 시작한다 그러…
[2009-07-16]와인을 처음 마실 때 코르크 마개를 딸지 몰라 애를 먹은 일이 있다 촌놈 주제에 아내 앞에서 분위기 좀 잡으려다 식은땀을 흘린, 그때 뽑다 만 코르크 마개가 저 굴참나무다…
[2009-07-14]웅웅거리며 구덩이를 파내려가는 포클레인 포클레인 없이는 하관식도 더디다고 품이 많이 든다고 조경책임자가 투덜거린다 나무 허리에 동여맨 밧줄을 놓치지 않으려 강철 손을 번쩍…
[2009-07-09]전에 고등학교 때 한참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 화가의 …
[2009-07-07]말없음표처럼 이 세상 건너다 점점이 사라지는 말일지라도 침묵 속에 가라앉을 꿈일지라도 자신을 삼켜버릴 푸르고 깊은 수심을 딛고 떠오를 수밖에 없다 떠올라 저 끝…
[2009-07-02]한 마리 이구아나다 10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등나무 숲 미끄럼틀이 밀어낸 아이가 말려 들어간다 발끝에 시달리던 빨간 공이 밟혀 들어가고 뒷골목 그늘을 씹던 도둑고…
[2009-06-30]인사동에 나갔다가 리어카 위에 놓인 석류송이들을 보았다 매우 젊은 아가씨 서넛이서 아, 석류 좀 봐, 하면서 달겨들었다 석류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알갱이들이 민망해 보이기도 했다…
[2009-06-25]자목련 흐드러져 꽃그늘 깊은데 피막 같은 그늘 속으로 마음 밀어 넣다보니 그늘보다 더 까만 꽃의 배후가 툭 떨어진다 너의 정면은 꽃이다 나의 정면도 꽃이겠지 …
[2009-06-23]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고 싶다 자꾸만 거창해지는 쪽으로 끌려가는 생을 때려 엎어 한손에 들 수 있는 작고 단출한 짐 꾸려 그 여자 얇은 아랫턱과 어깨 사이에 쏙 들어…
[2009-06-18]‘2025 뉴욕주 예비선거’가 24일 뉴욕시를 비롯한 주 전역의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예…
제리 코널리 의원의 유고로 치러지게 된 연방하원 11지구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28일(토) 민주당 예비선거가 실시된다. 투표용지에 총 10명…
서류미비 이민자 학생들이 주립대학에서 거주자 학비 혜택(in state tuition)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